
시작은 꽤나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매장 셀프 인테리어 를 하면서 비용도 아끼고 내 손으로 직접 가게를 꾸미는 로망도 실현해 보자는 꿈이 있었죠. 저희는 픽업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라서 복잡한 내부 인테리어보다는 밖에서 매장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가시성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고민한 끝에 간판을 아주 큼직하게 달아버렸습니다. 손님들이 골목에서 헤매지 않으시려면 무조건 눈에 띄는 게 장땡이니까요. 큼지막한 간판을 달고 났을 때까지만 해도 오늘의 작업이 아주 순조로울 줄로만 알았습니다.(물론 간판사장님이 도와주심)

하지만 제 발목을 꽉 잡은 건 다름 아닌 유리창 시트지였습니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던 시트지 부착 영상들은 왜 그렇게 다들 쉽게 해내는 걸까요? 호기롭게 헤라를 들고 덤볐지만 현실은 기포와의 눈물겨운 전쟁이었습니다. 조금만 빗나가도 구겨지고, 기포를 뺐다 싶으면 다른 쪽이 울어버려서 정말 울고 싶어지더라고요.
뗐다 붙였다를 반복하면서 체력은 바닥나고, 결국 ‘이 정도면 됐다’며 스스로와 쿨하게 타협해 버렸습니다. 신기하게도 코앞에서 볼 땐 엉망 같더니, 길 건너 멀리서 바라보니까 꽤 멀쩡하고 깨끗해 보이더라고요. 마음을 비우니 모든 게 평화로워졌습니다.
시트지 하나 붙였을 뿐인데 기력이 털린 기분이지만, 아직 저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매장 한구석에는 어제부터 대량주문이 기다리며 접다 만 종이 패키지 박스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거든요. 셀프 인테리어의 낭만은 방금 구겨진 시트지와 함께 날려 보냈으니, 이제 다시 현실의 사장 모드로 돌아가 묵묵히 박스를 접어야겠습니다.


Leave a Comment